영화 [원더] 리뷰 - 안면기형 소년, 어기의 성장, 편견의 시선, 관람 전 포인트


영화 원더 포스터


🎬 영화 [원더] 기본 정보


저는 영화 [원더]를 보기 전, 소개글을 접했을 때 '눈물 짜는 가족영화'일 거라 단정했었습니다. 안면기형 소년이 학교에 적응하는 이야기라는 줄거리만 보고 결말까지 눈 앞에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제 예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달았지요. 이 영화는 감동 이전에 거울이었습니다.


  • 개봉: 2017년
  • 감독: Stephen Chbosky
  • 장르: 드라마, 가족
  • 러닝타임: 113분
  • 원작 제목 : Wonder
  • 국내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영화 원더 스틸컷 0



안면기형 소년이 던진 질문,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보는가


영화 원더의 주인공 어기 풀먼은 선천성 안면기형(Treacher Collins Syndrome,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이란 안면 골격의 발달 이상으로 인해 눈, 귀, 턱 주변의 구조가 비전형적으로 형성되는 희귀 유전 질환입니다. 수차례 수술을 거쳐 처음으로 일반 학교에 입학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어기가 처음 교실에 들어서는 장면은 생각보다 현실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노골적으로 놀리는 장면이 아닙니다. 그냥 조용히 피하거나, 잠깐 쳐다보다 시선을 돌리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조용한 외면'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일상에서 낯선 외모를 가진 사람을 처음 마주쳤을 때 무심코 시선을 돌린 적이 있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가 묻는 건 단순합니다. "당신은 사람을 처음 볼 때 뭘 먼저 봅니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저러지 않겠다"고 생각하다가, 동시에 "나는 어기를 처음 마주쳤을 때 과연 다를 수 있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원더는 그 불편한 지점을 비난 없이 짚어냅니다.

어기를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Jacob Tremblay)의 연기는 과장이 없습니다. 특수 분장을 한 얼굴 뒤에서 눈빛 하나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어기라는 캐릭터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주인공'으로 서게 만드는 핵심 장치였습니다.




영화 원더 스틸컷 1



어기의 성장 서사가 특별한 이유,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다


원더를 단순한 성장 서사(Coming-of-Age Narrative, 성장 서사)로 분류하기엔 구조가 독특합니다. 성장 서사란 주인공이 경험과 갈등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성숙해가는 이야기 형식을 말합니다. 보통 이런 장르는 한 명의 주인공 시점에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원더는 다릅니다.

영화는 어기의 시점에서 시작하지만, 중간에 누나 비아, 친구 잭 윌, 미란다의 시점으로 각각 이동합니다. 처음 이 구조를 접했을 때는 "왜 갑자기 이야기가 끊기지?"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점이 바뀔 때마다 앞서 보았던 장면들의 의미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같은 상황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다시 보게 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기보다 누나 비아의 이야기가 더 깊이 박혔습니다. 비아는 어기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가족의 모든 에너지와 관심이 어기를 향해 있는 상황 속에서, 비아는 자신의 슬픔조차 꺼내놓기 어려워합니다. 동생이 힘드니까. 그 억눌린 외로움이 너무 현실적이라 비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더 많이 울었습니다.

원더가 가족 전체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건 이 구조 덕분입니다. 어기의 성장만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원더 스틸컷 2

영화 원더 스틸컷 3



편견의 시선 : 편견이라는 단어 앞에서 영화가 선택한 방식


편견(Prejudice, 편견)이라는 개념은 사회심리학에서 오랜 연구 주제입니다. 편견이란 충분한 정보 없이 특정 대상에 대해 미리 형성된 부정적 태도나 판단을 뜻합니다. 특히 외모 기반의 편견은 암묵적 연상 검사(IAT, Implicit Association Test)를 통해 무의식 수준에서도 작동한다는 게 확인되어 있습니다. IAT란 개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자동적 연상을 측정하는 심리 실험 도구입니다.

원더는 이 편견의 메커니즘을 설교하지 않습니다. 어기를 처음엔 피했던 잭 윌이 조금씩 다가가고, 결국 진짜 친구가 되는 과정을 통해 편견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거창한 연설도 없고, 교훈을 직접 언급하는 장면도 거의 없습니다.

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시각도 이해합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기 같은 아이가 잭 윌 같은 친구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가 '이상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가능성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친절을 선택하라(Choose Kind)"는 메시지는 단순한 슬로건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건,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하게 작동했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원더의 메시지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원더 공식 사이트나 국내 장애 인식 개선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국내 장애 인식과 관련된 공식 통계 및 캠페인 자료는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 원더 스틸컷 4



관람 전 포인트 : 원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원더를 처음 보려는 분들께 제가 느낀 몇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혼자 봐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볼 때 영화가 두 배로 작동합니다. 같은 장면에서 어른과 아이가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고, 그 차이를 나누는 대화 자체가 이 영화의 연장선입니다.
  • 눈물을 각오하고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가 끝난 뒤에 감정이 밀려옵니다. 극장 불이 켜진 뒤에 멍하게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누나 비아의 이야기를 특히 집중해서 보십시오. 많은 분들이 어기에게만 집중하다 비아를 흘려보내는데, 비아의 감정선이 이 영화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핵심입니다.
  • 영화를 본 뒤 원작 소설을 읽으면 훨씬 풍부해집니다. R.J. 팔라시오(R.J. Palacio)의 원작은 영화보다 더 많은 시점과 감정의 결을 담고 있습니다.
  •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이전 작품인 룸(Room, 2015)을 미리 보면 그의 연기 폭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원더는 감동을 파는 영화가 아닙니다. 보고 나서 "나는 어떤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에 10점 만점에 8.5점을 주는 이유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함께 볼 한 편이 필요하다면, 저는 이 영화를 가장 먼저 꺼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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