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키퍼] 리뷰 - 보이스피싱, 제이슨 스타뎀, 세계관, 직선형 서사, 통쾌한 액션


영화 비키퍼 포스터




🎬영화 [비키퍼] 기본 정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막상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비키퍼]는 바로 그 답답함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영화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스타뎀이 또 혼자 다 쓸어버리는 영화겠지' 싶었는데, 끝나고 나서 생각보다 오래 여운이 남았습니다.


  • 제목 : 비키퍼 (The Beekeeper)
  • 개봉 : 2024년 4월 3일 (한국)
  • 장르 : 액션, 스릴러
  • 감독 : 데이비드 에이어
  • 각본 : 커트 위머
  • 출연 : 제이슨 스타뎀, 에미 레이버 램프먼, 조시 허처슨, 제러미 아이언스, 필리샤 라샤드
  • 러닝타임 : 105분
  • 제작국 : 미국, 영국
  • 배급 : Amazon MGM Studios(미국) / 워터홀컴퍼니(대한민국)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보이스피싱이라는 소재, 왜 이게 통할까


[비키퍼]의 출발점은 화려한 총격전이 아닙니다. 은퇴한 교사 엘로이즈 파커가 피싱 사기의 표적이 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피싱 사기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인물을 사칭해 금융 정보나 자산을 탈취하는 범죄 수법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생각보다 꽤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과장된 연출 없이, 그저 전화를 받고 링크를 클릭하고 계좌 정보를 입력하는 순간 평생 모은 돈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실제로 아는 분이 떠올랐습니다. 지인의 어머니가 비슷한 방식으로 수천만 원을 잃은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얼마나 자책하셨는지 어머니께 전해 들었거든요. 범죄자들이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대포통장을 활용하면 법망을 피해가기가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엘로이즈가 절망 끝에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실제 피해의 무게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1만 8천 건을 넘습니다. 피해자 중 상당수가 노년층이라는 점도 영화 속 설정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이 현실적인 공분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애덤 클레이가 콜센터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의 편이 됩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강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분노를 그가 대신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출처: 경찰청 공식 사이트)



제이슨 스타뎀 액션의 문법, 이번에도 유효한가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 영화를 몇 편 챙겨본 입장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무표정, 짧은 대사, 압도적인 전투력. 이 공식은 [트랜스포터] 시리즈 이후로 거의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비키퍼]에서 이 공식이 특히 잘 맞아떨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근접전투가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와이어 액션이나 과도한 시각효과 없이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들이라 타격감이 상당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건 주변 사물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창고에서는 창고 도구를, 주방에서는 주방 용품을 그대로 씁니다. 전혀 준비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상황 정리가 됩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띈 부분은 캐릭터 아키타입(Archetype)의 활용입니다. 캐릭터 아키타입이란 신화학자 칼 융이 정리한 개념으로, 문화권을 초월해 반복 등장하는 원형적 캐릭터 유형을 뜻합니다. 애덤 클레이는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다 다시 소환되는 전사'라는 아키타입을 그대로 따릅니다. 이 설정은 수없이 반복됐지만 여전히 통하는 이유가 있는데, 관객이 원인 없는 분노가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을 보기 때문입니다. 엘로이즈가 먼저 잘 구축된 인물이었기에 애덤의 복수에 감정적으로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스타뎀이 특히 돋보이는 장면들을 꼽자면 이렇습니다.

  1. 콜센터 침입 시퀀스: 경비 여럿을 상대로 동선 낭비 없이 정리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관객 호흡이 딱 멈춥니다.
  2. 데릭 댄포스 측근들과의 복도 격투: 좁은 공간을 오히려 이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3. 엘리베이터 안 단독 액션: 분량은 짧지만 영화 전체에서 타격감이 가장 강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비키퍼 세계관,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


'비키퍼(Beekeeper)'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주인공이 양봉가라서 붙인 이름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단어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비키퍼는 사회 질서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 마지막으로 개입하도록 설계된 극비 조직의 요원을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극비 조직이란 정부의 공식 계통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비밀 기관을 의미합니다.

이 설정이 흥미로운 건 비키퍼가 법의 통제 안에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법자도 아닙니다. 사회 전체의 항상성(Homeostasis), 즉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로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항상성이란 외부 자극이나 변화에도 내부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하는데, 영화는 이 개념을 사회 시스템에 적용합니다. 법이 잡지 못하는 곳에 비키퍼가 있다는 논리인 셈입니다.

월리스 웨스트와일드(제러미 아이언스)가 이 세계관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데, 제가 보기에 이 캐릭터가 꽤 중요합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애덤 클레이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존재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집니다. 이 세계관 자체가 복잡하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데, 그래서 오히려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생깁니다. 같은 설정 안에서 어떤 사건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키퍼라는 조직의 설정은 마블 유니버스(MCU)처럼 확장 세계관(Extended Universe)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확장 세계관이란 단일 작품에서 출발해 여러 속편이나 스핀오프로 이어지는 스토리 구조를 말합니다. 물론 아직은 1편이고 흥행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향이 꽤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비키퍼 스틸컷 1



직선형 서사 구조, 단점인가 장점인가


비키퍼]는 구조가 단순합니다. 주인공이 범죄 조직 말단부터 시작해 배후 세력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이른바 단선형 서사를 따릅니다. 단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와 목표 달성 과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반전이 적고 복잡한(예상을 뒤엎는) 반전 장치도 거의 없습니다.

이걸 단점으로 보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조금 더 뒤틀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사실 이 단순함이 영화의 무기입니다. 관객이 스토리를 파악하느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액션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됩니다. 뇌를 비우고 보는 영화라는 표현이 좀 무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상태에서 액션이 제대로 작동하면 카타르시스가 훨씬 강하게 옵니다.

데릭 댄포스라는 악역도 이 구조에 맞게 설계된 인물입니다. 젊고 오만하며 자신이 절대 처벌받지 않을 거라고 믿는 캐릭터인데,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 운영자들의 심리와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조시 허처슨이 이 역할을 연기하는 방식도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헝거게임] 이미지가 강해서 악역으로 설득력이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보면 오히려 그 이미지를 역이용한 느낌입니다. 착해 보이는 얼굴 뒤에 냉혹함이 숨겨진 구조로 연기해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FBI 요원 베로나 파커(에미 레이버 램프먼)의 서사가 조금 더 깊었으면 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딸이자 법 집행관이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는 인물인데, 그 갈등이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채 마무리된 느낌입니다. 이 부분이 속편에서 더 다뤄진다면 전체 시리즈의 감정적 깊이가 훨씬 풍부해질 것 같습니다.



마무리 : 통쾌한 액션 한 편이 필요할 때


[비키퍼]는 깊은 메시지나 치밀한 반전으로 승부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고, 악역들 역시 입체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주인공의 활약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중반 이후의 전개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며, 현실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다소 과장된 설정도 눈에 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꽤 만족스럽게 감상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재미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이라는 현실적인 범죄를 소재로 삼아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낸 뒤, 법의 심판을 피해가는 범죄자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액션으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복잡한 설명이나 불필요한 감정선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점도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이슨 스타뎀 특유의 묵직한 액션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연출보다 한 방 한 방의 타격감에 집중한 액션은 보는 내내 몰입감을 높여 주었고,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이만한 영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스토리보다 시원한 액션 한 편이 보고 싶은 날, 또는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비키퍼]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 생각 없이 통쾌한 복수극을 즐기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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